Lydie Solomon Pianiste

정경&리디 솔로몽 – 뉴스인

22 août 2017

한국과 프랑스 ‘파격’ 예술가의 조우…’환희’가 오다

정경&리디 솔로몽 합동공연 쇼케이스 ‘환희를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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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 박소혜 기자 = 정통 성악을 전공했으면서도 오페라에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라는 장르를 만들어 ‘클래식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바리톤 정경. 이단아라고 해서 영 딴 길만을 걸은 것은 아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연에 이어 카네기홀 독창회까지 성악가로서 세계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그러면서 대학로에서는 ‘오페라마'를 내세운 토크콘서트를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등 새로운 길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연극무대와 소극장으로 대표되는 대학로에서 오페라를 부른다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다. 이를테면 ‘파격'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리디 솔로몽(Lydie Solomon)과 합동 공연을 한다. 예사롭지 않다. 리디 솔로몽 역시 프랑스에서 최고의 정통 연주자이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파격'의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어떻게 만났을까. 공연을 위해 한국에 온지 사흘 된 리디 솔로몽과 함께 바리톤 정경 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장이 21일 뉴스인 사무실을 찾았다.

정경 소장은 “두 달 전 소개를 받았다. 한국과 프랑스의 공통점을 ‘혁명'에서 찾았다. ‘자연'과 ‘인간'과 ‘조국', 그리고 ‘환희'를 주제로 공연을 구성하고 곡을 선정했다. 악보를 건네주고 각자 연습한 뒤 사흘 간 맞춰봤다. 쇼케이스에서 공개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8시 톤스튜디오에서 열리는 합동공연은 본질로 회귀하는 기쁨, ‘환희'를 다룬다. 정의를 찾아가는 양국 시민들의 마음이 그렇고, 예술이 추구하는 바가 그렇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렇다.

이들은 정통 예술의 도태를 안타까워하며 지금까지 각자의 방법으로 새로운 예술의 길을 찾아 왔다. 리디 솔로몽은 고등국립음악원 수석 연주자이면서도 길 한복판에 피아노를 갖다 놓고 대중 속에서 연주한다. 무대에서 피아노만 치지 않으려 연기학교도 다녔다.

리디 솔로몽은 “예술가로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피아노가 중요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작곡가의 인생을 설명하고 연기도 하면서 관객과 소통한다. 그런데 정경 소장이 오페라마 콘서트를 통해 이런 소통을 한다고 해서 놀라고 기뻤다. 프랑스는 정통 연주자가 다른 길로 가면 전문가로 안 쳐주는데, 한국은 ‘멀티 탤런트'를 인정해 주는 나라 아닌가. 그래서 한국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리디가 놀랐다고 하는 지점이 더 놀라웠다.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하는 사람 잘 안 쳐준다. ‘오페라마' 만들어서 ‘이단아' 소리 듣는 것 아닌가. 힘든 길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동시에 오페라마 한국 탄생 4년 만에 드디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에 한국의 장르가 전달된 것, 이것이 ‘환희' 아닌가.

정경 소장은 “리디 솔로몽과 합동공연을 기획하는 시점과 거의 동시에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하는 영국인이 오페라마에 관심이 있다면서 한국에서 이런 것을 하는 게 놀랍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생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한국가곡 ‘산촌', ‘뱃노래', ‘산아' 등이 리디 솔로몽의 반주와 정경의 노래로 연주된다. 독주회를 해왔던 리디 솔로몽은 성악가의 반주를 해주는 공연은 처음이라고 했다. “나의 피아노 연주는 성악가가 자유롭고 편하게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돕는 거예요. 관객에게 무대의 소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신동수 작곡의 ‘산아'를 처음 연주했을 때 큰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리디 솔로몽은 “현대적인 한국 작곡가가 베토벤, 브람스 같은 서구의 낭만적 느낌의 곡을 만들어서 깜짝 놀랐다. 가사 내용을 들었을 때도 마음의 깊은 울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경 소장은 “서양 클래식과 달리 우리나라 곡은 8음계로 잡을 수 없는 한국적 음계가 있는데, 이걸 리디가 느꼈다. 한국가곡을 연주하며 리디는 가슴 속으로 운다.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을 같은 공간에서 보는 것이 바로 환희다. ‘산아'를 유럽에서 연주하고 싶다면 불어로 연습하겠다고 했더니 리디도 좋다고 했다. 우리 가곡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했다.

두 예술가의 고민은 클래식 음악이 박물관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공감할 뿐 아니라 각각의 방식으로 실천해 왔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모든 피아니스트가 악보만 보고 연주할 때 리디 솔로몽은 작곡가의 언어를 들여다봤다. “바흐와 쇼팽의 곡은 작곡한 지 오래됐어요. 연주자들은 그 곡들을 반복만 해왔는데, 작곡을 이해하려면 연주자도 직접 작곡을 해봐야 해요. 쇼팽을 이해하려면 그가 구사한 폴란드 언어를 배워보고요. 음악만 들려준다면 그냥 CD를 트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공연은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해요.”

22일 쇼케이스 공연에 이어 이들은 오는 11월 예술의전당에서 본무대를 펼친다. 그리고 내년에는 프랑스로 건너가 공연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하나의 파격을 준비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인 리디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만일 실현된다면 예술의전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경 소장은 “서로 앨범을 교환해서 열심히 들었는데, 리디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잘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기량을 뛰어넘는 소울이 있었다. 그래서 리디에게 제안했다.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노래해보는 게 어떠냐고. 안 될 게 뭐 있어(why not?) 하더라. 리디가 부를 수 있는 한국 노래를 찾아서 11월 공연에 올릴 것”이라고 했다.

리디 솔로몽은 “피아노를 치며 관객과 소통하려 하다 보니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관객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을 보고 그 길로 계속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 소장은 “앞으로 오페라마 ‘제주해녀' 등을 무대에 올리려고 구상하고 있는데 ‘좋은 배우'를 찾은 것 같다. 리디 솔로몽의 활동 범위가 피아니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범주를 넘나든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지만 예술의 본질이 기량을 겨루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음악이 인류애와 공동체의식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가장 낮은 곳에서도 협업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장르의 벽 속에 머물지 않고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 그곳에서 새로운 장르가 창조된다. 견고한 클래식의 성에서 파격과 혁신을 추구하는 한국과 프랑스의 예술가가 만났으니, 우리는 이제 나라의 경계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뉴스인, 2017.08.22